손흥민의 아버지로 더 유명한 손웅정 감독이 2021년에 자서전을 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읽어보았습니다. 책 제목은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입니다. 무뚝뚝하고 사나워보이지만 알고보면 깊고 진한 아버지의 정이 가득한 손웅정의 인성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참으로 위대한 아버지 손웅정입니다. 아래 글에서 저의 독후감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축구에 미친 아버지
손웅정은 인상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듯이 강합니다. 그렇다고 성질이 더럽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지 그는 축구에 미쳐있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인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손웅정은 부상으로 축구 선수에서 은퇴를 했고 지금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마음은 언제나 현역입니다. 그는 축구에 여전히 미친 사람입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둥근 공과 축구를 위해서 그는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삶을 살아왔습니다.
손웅정의 놀라운 열정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나도 뭔가에 열정을 가지고 살고 싶은데, 주의 깊게 찾아봐야겠습니다.
그의 인생은 축구와 함께 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견딘 삶이었습니다. 어렵고 가난한 시절에도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마을을 뛰어다녔고, 언제나 더 잘 할 수는 없는지 스스로 질문했다고 합니다. 인생은 질문의 결과입니다.
그가 부상으로 은퇴하고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릴 무렵, 아들 손흥민과 손흥윤이 축구를 그에게 가르쳐달라고 했을 때 그는 뛸듯이 기뻤을 것입니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아들들이 한다고 했으니까 말입니다.
나중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다시피 성공적이었습니다. 손흥민은 독일 유학생으로 발탁되었고, 아버지 손웅정은 전 재산을 털어서 손흥민을 뒷바라지했습니다.
손웅정은 독일에서 춥고 배고픈 여관방에 머물러야 했고 손흥민은 선수 숙소에서 따로 지내야 했습니다. 손웅정은 훈련이 끝나면 손흥민에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주었고 멘탈관리와 피지컬 트레이닝을 함께했습니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들의 연습장 밖에서 감기에 걸려가며 아들 손흥민을 지켜보았습니다. 사실 돈도 없고 머물 곳이 없었기 때문에 밖에서 지켜봐야 했습니다. 힘들고 배고팠던 독일 생활은 손웅정이 축구에 미친 아버지였기에 가능한 인내였습니다.
공부하는 아버지
손웅정은 자신이 축구만 알 뿐 무식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건 지나친 겸손입니다. 그의 독서량은 어마어마합니다.
아들 손흥민과 영국에서 함께 지낼 때 가장 기쁜 날은 한국에서 주문한 책들이 도착하는 날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책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답을 얻었다고 그는 아이처럼 웃으며 말합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답게 그의 책은 굉장히 깊이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그가 축구로 배운 인생과 풍부한 독서량이 합쳐져서 철학자 같은 그의 자서전이 만들어졌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그가 축구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도 언제나 서점에 가서 책으로 찾아보았다고 합니다. 밑줄을 여러가지 볼펜으로 여러번 그어가며 그는 책을 여러번 봅니다. 아들 손흥민에게도 좋은 문장이 있으면 밑줄을 그어서 읽게합니다.
물론 책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질문을 가지고 더 좋은 답을 찾기 위해 책으로 공부한다는 점에서 손웅정은 한계가 없는 아버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손흥민은 참 좋겠습니다.
구도자 같은 아버지
영국에서 그는 식구들 중 가장 먼저 기상한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일은 청소입니다. 무려 반나절 동안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청소를 하면서 단지 먼지만 닦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청소는 그에게 일종의 명상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더러운 것을 청소하고, 마음도 청결하게 다듬는 아버지가 과연 학대하는 폭군일 수 있을까요? 결코 그럴 수 없을겁니다. 자신을 구도자로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이 거만하거나, 남을 해롭게 하거나, 잘못된 길을 갈 수 없습니다.
손웅정 자서전을 읽은 이후로 저도 제 자신의 내면과 자주 대화하고 있습니다. 거창한건 아니지만 세수할 때 거울을 유심히 보며 저 자신과 대화를 하곤합니다. 많은 분들이 손웅정의 구도자 같은 삶의 태도를 본받는다면 세상은 더 착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확실히 더 착해졌습니다.
친구 같은 아버지
인상이 강해서 손웅정은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자주 받습니다. 실제로 아들과 축구 훈련을 할 때 지켜보던 시민이 학대 아니냐며 경찰에 신고했던 해프닝도 있었다고 합니다. 열정이 강한데다 인상도 강해서 충분히 오해를 살 만 합니다. 서양인들이 동양인인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지면 그는 그 자리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따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보이는게 전부는 아닙니다. 손웅정은 싸움꾼도 아니고 아들들을 꾸짖기만 하는 악당 아버지도 아닙니다. 그는 성인이 된 아들들에게, 특히 손흥민에게 성인 대접을 해주는 친구같은 아버지입니다.
팬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게 그는 특정 플레이를 하라고 시키거나 경기를 못하면 고함을 치는 괴팍한 아버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아들을 응원하는 동반자 같은 사람, 친구같은 아버지입니다.
실제로 손흥민이 경기에 나갈 때 손웅정은 ‘오늘 축구를 재밌고 행복하게 하고 오라’고 말하는게 전부라고 합니다.
그는 손흥민의 많은 재산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합니다. 아들의 노력은 철저하게 아들의 것이라고 여긴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축구를 아들과 함께 친구처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은 손흥민에게 최고의 친구입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보기 좋은 아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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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손웅정의 자서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제가 읽고 독후감을 전해드렸습니다. 강하고 깊고 열정적이며 위대한 아버지의 이야기였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를 위해 손웅정이 활약해주길 기대합니다. 손흥민과 손웅정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